작년 12월에 착공된 도쿄 신 국립 경기장. 굴착공사, 지하공사 등을 마치고 올 여름 지상 공사가 시작됐다.
모습을 드러낸 것은 백스탠드의 1층 부분의 골조다. 관중석 입장에서 볼 때, 경기장에서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관중석이다.
축구팬(혹은 럭비팬) 은 시야에 대한 남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
경사각.
경사가 급할수록 경기를 보기 편하고, 그렇지 않을 수록 보기 불편하다.
그렇기 때문에 경사각은 좋은 경기장, 나쁜 경기장을 구분하는 분기점이면서 생명선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말이다.
모습을 드러낸 그(1층 백스탠드) 골조의 경사는 「설마 거짓말이죠」 라고 할 정도로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
도쿄 신 국립 경기장 둘러싼 소란은 끝나지 않은 듯 하다. 아무리 난리를 쳐도 돌이킬 수 없는, 마치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 같은 상태에 놓여 있다.
설계자이자 건축가인 쿠마 켄고씨는 자신이 쓴 "왜 내가 신 국립 경기장을 만드는가" 라는 책에서 관중석의 형태에 대한 내용을 그림과 글로써 나타냈지만, 그 내용은 세상에 거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적어도 내가 알게된 것은 요 며칠 전.
그 때까지 알고 있던 도쿄 신 국립 경기장과 관련된 정보는 인터넷이나 TV 광고에서 본 모형 뿐이었다.
책에는 아래와 같이 기재되어있다.
(관중 수용수는) 올림픽 때 6만명, 구기 전용으로 개축하면 8만명.
관중석 3층으로 되어있는 구조로 1층 관중석의 경사각은 20도.
계단의 수는 올림픽 때 32개, 개축 후에는 8개가 늘어 40개. 좌석은 올림픽 때 1만 5천, 개축 후에는 3만 4천이 된다.
구기 전용 경기장으로 개축한 후에는 육상 트랙을 덮는 방향으로 관중석이 늘게 되면 올림픽 때 20도였던 경사각은 피치 아래를 뚫지 않는 한, 더욱 완만해 진다.
그렇게 되면 아마 16~17도 가량이 될 것이다.
3만 4천명이나 되는 관중이 10도 대라는 너무 완만한 각에서 축구나 럭비를 관전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큰 문제에 대해 언론의 반응은 잠잠하다.
쿠마 켄고씨는 이 책에서 3층 구조의 메리트나 메이지 신궁 외원과의 조화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만, 왜 이런 경사각이 되었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다.
축구팬들은 그 부분에 대해 큰 관심을 두지 않는 모습이었다. 설계자에게 부탁이 전해지지 않는다면 그 부탁이 이루어질 리가 없다.
반대로 설계자가 축구팬의 심정을 알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중간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것은 누구인가.
육상 트랙이 없는 구기 전용 경기장이 된 후에 경사각이 완만해져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은 누구인가.
참고로 관중석 2층은 올림픽 때 16,500석, 개축 후에는 17,500석으로 1,000석 밖에 차이가 안난다.관중석의 경사각 또한 29도로 변함이 없다.
그리고 관중석 3층 역시 개축 전과 개축 후에도 좌석 수는 28,500석으로 변함이 없고, 경사각도 34도로 변함이 없다.
3층의 경사각은 그런대로 괜찮지만 관중석은 보통 1층부터 차기 시작한다.
많은 관중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경기에서는 3층까지 개방하지 않는 것이 통상적이다.
참고로 경기를 보기 편하다고 알려진 일본의 경기장과 경사각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시립 스이타 스타디움 : 35도 (감바 오사카)
- 키타큐슈 미쿠니 월드 스타디움 : 37도 (기라반츠 키타큐슈)
- 토요타 스타디움 : 38도 (나고야 그램퍼스)
- 토스 베스트 어메니티 스타디움 : 40도 (사간 토스)
모두 2층의 경사각이지만, 1층도 그와 손색없이 전체적으로 급경사의 관중석으로 되어있다.
해외에서는 암스테르담 아레나,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산시로, 메스타야 등이 38도가 넘는 급경사의 경기장으로 알려져있다.
3만 4천명이란 관중이 10도대의 각에서 축구를 관전하게 될 신축 경기장. 세계는 넓다고 하지만 좀처럼 보기 드문 경기장이기도 하다.
육상 트랙이 없는 구기 전용 경기장의 매력을 묻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선 현장감을 꼽는다. 피치와 관중석의 거리가 가깝기 때문이다.
현장감 역시 매력적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현장감을 느끼는 것만이 축구를 즐기는 방법은 아니다.
축구를 자주보는 축구팬이 요구하는 것은 시야다.
얼마나 좋은 시야에서 피치를 볼 수 있을까. 도쿄 신 국립경기장은 그 욕구에 대한 답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닌가.
적어도 3만 4천석이 축구 관전의 매력을 충족시킬 수 없는 설계가 되어있다. 그 방향으로 건설이 시작되었고, 이미 그 경사각의 골조를 노출하고 있다.
경기장의 수명은 약 50년.
개,보수를 하면 그 수명은 더 늘어난다. 한번 건설되면 무너뜨릴 수 없는 거대 건축물이다.
후세에 남길 유산이다. 가능한 한 후세에 좋은 것을 남길 의무가 있다.
건축가 자하 하디드(2016사망) 의 안이 건설비가 너무 많아 취소가 됐기 때문에 비용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 국민이나 언론이나 큰 관심을 기울였지만, 도쿄 신 국립 경기장에 무엇을 원하는 지에 대한 내용의 논의는 진행되지 않았다.
그 모형을 볼 수 있는 사람도 매우 적었는지, 관중석의 경사각에 문제가 있다고 말한 사람은 없었다.
관계자 중에 그 부분을 중시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위험성은 처음부터 감돌고 있었다. 일어나야 할 것이 일어난 사태. 나쁜 예감이 맞아 들어가는 모습이다.
올림픽 이후, 6만명 수용 가능에서 8만명이 수용 가능한 경기장으로 탈바꿈하는 도쿄 신 국립 경기장의 모습은 대체 어디로 가면 볼 수 있을까.
그리고 관중석 1층 부분은 어떻게 변화할까
원문 :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