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4년 동안 3번의 우승을 차지한 J1리그 산프레체 히로시마의 연고지인 히로시마에는 일본축구협회의 유일한 외국인 심판이 있다. 바로 한국인 이상기 심판이다.
평상시에는 한국 민단 현지방 본부에서 직원으로도 근무하며 휴일을 이용하여 전국의 경기를 순회한다.
대구 출신인 이상기 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2009년 대구시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히로시마로 유학을 떠났다. 대학시절 축구 심판이 되어 K리그의 하부 리그에서도 심판을 보기도 했지만 유학을 계기로 잠깐 심판직을 떠났다. 하지만 이상기 씨는 국제 심판으로 활약하고있는 후배에게 자극을 받아 지인의 권유로 일본축구협회의 문을 두드렸다.
그는 면접과 특별 테스트를 거쳐 2011년 5월,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일본에서 1급 심판 자격증을 취득했다. 일본축구협회에 의하면 전체 등록된 심판은 254,714명(4/1기준)이고, 그 중 J리그나 일본축구협회에서 주최하는 경기를 담당할 수 있는 최상급 1급 심판은 불과 243명(여자 1급 46명 포함) 으로 이상기 씨는 유일한 외국인 심판이다.
(일본축구협회 1급 심판 소개)
그는 일본축구협회가 주최하는 일왕배, JFL, 지역대회 등의 대회에서 경험을 쌓았고, 이번 시즌부터는 J리그의 주심 56명 중 1명으로도 등록되었다. (※현재 이상기 심판은 J3리그 주심 3회, 부심 5회를 담당)
(2016 J리그 주심 리스트 중)
하지만 그가 걸어온 길은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다. 그는 언뜻 보기에는 외국인과 구별이 안가기 때문에 "일본어가 통하지 않아 조롱을 당한 적도 있다. 극복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필사적으로 공부했다."고 전했다.
지금은 선수들에게 유창한 일본어로 말을 걸며 등번호가 아닌 이름으로 부르는 것도 유념하고있다.
"선수에게 나를 기억하냐고 물어보면 놀랄 수도 있다.'며 때로는 파울을 놓치지 않는 등의 판정 미스도 있지만 그럴 때는 보지 못해서 미안하다며 사과도 한다고 전했다.
주위에서는 의연하게 대처하라고 하지만 선수에게 오해를 사면서 심판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되는 것이 두렵다고 한다.
이상기 씨는 "동료들과 일본을 돌아다니며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고, 가장 좋아하는 축구와도 접할 수 있다며 일본에서 심판이 된 것이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본업은 물론, 1급 심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심판에 대한 연구나 선수와 마찬가지로 트레이닝은 필수지만, 선수보다 심판에게 관심이 쏠리는 경기만큼은 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